금요일

DDT

망촌에서 가장 화 난 사람, 장 장군은 망촌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치적인 인물이다. 오늘도 그는 구제 불능인 현 정부에 대한 쓴소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종횡무애라 오락가락인 그의 고견을 종합해보면 현 정부에 필요한 것은 고엽제 전략이다. 자유와 방종을 도시 가릴 줄 모르는 청맹과니 같은 정부가 오늘날의 빨갱이 천국을 만들어버렸다. 작금에야말로 온고지신의 정신이 필요한 때로, 박통의 계획보다 한참이나 멀어져버린 선진국으로 다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빨갱이를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죄 빨갱이인 것처럼 보이나 사실 젊은이들은 그저 유행 쫓는 멍충이들에 불과하기에 그럴싸한 소리가 들리면 우루루 몰려가는 것뿐이고, 낱낱의 잎사귀 뒷장에 숨어 잎을 갉아먹고 있는 빨갱이들, 특히 좌파 정치인 놈들을 모조리 총살시키거나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러면 젊은이들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라와 가정을 위해 밤낮을 모를 것이다. 고엽제로 이나 벼룩을 박멸해버리지 않으면 과실을 얻을 수 없는 법인데, 요즘엔 정신이 바른 정치인들 중에도 큰일을 위해 한몸 희생하려는 큰 인물들이 없기 때문에 나라가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며 그는 지휘봉으로 허공을 휘저어댔다. 그가 정말 장군 출신인지, 군복만 어디서 구해온 장군복인지 알 수는 없으나(아마도 후자이리라) 그렇게 목에 핏대 세우는 그가 고엽제전우회 출신이라는 점은 내 뇌를 크게 흔들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