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계절보다 일찍 깨어난 햇살을 헝클어진 머리로 받아내며 하루의 살림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저 당나무가 마을의 머리라면, 잠도 모르는 저 노인들이 일찌감치 당나무 그늘 아래 모여들어 짐짓 아무 근심도 없는 듯한 얼굴로 세상의 모든 근심을 침묵으로 헤아리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리라. 움막에 진배없는 내 거처로 말할 것 같으면 마을의 요추쯤 되겠다. 요통으로 고통받는 곳이라는 말이다. 허리의 근심을 벗어나 넉넉한 뱃살 같은 언덕으로 가서 맨날 보고 다니는 마을을 처음 보는 양 입체적으로 조감해보기도 하고, 정강이처럼 얇지만 올곧게 흘러가는 개천에서 산비둘기 울음 소리 들으며 존재 자체가 의문스러운 사람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정오 무렵의 내가 손금처럼 운명적인 논밭을 지나 항문 같은 축사를 지나 마을의 허벅지로 향해 가는 동안 마을의 발가락으로 무좀 같은 소문들이 침입해 마을을 간지럽히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