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 래커 스프레이로 오망성을 그려놓은 잿빛 컨테이너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알 사람 없을 것이다. 최 씨는 그것을 두고 불길하다 하였다. 그 컨테이너가 누구의 소유인지 아는 사람도 없는 듯하다. 목사는 컨테이너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두렵다 하였다. 물론 나는 별일 없을 거라고 상식적으로 생각은 한다만 살다 보니 내 상식을 믿을 수 없게 된 지도 제법 오래이지 않은가. 그 컨테이너는 어느 날엔가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진 것마냥 도마 교회를 지나는 길 가장자리에 놓여져 있더니 벌써 두 달 넘게 그 자리에 그대로다. 언젠가는 한번 컨테이너의 문을 열어보려고 손잡이를 돌린 적이 있었는데, 물론 문은 꼼짝도 안 했거니와 누군가가 노려보는 듯한 서늘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곧장 뒤를 돌아봤으나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목사가 스프레이를 들고 오망성 아래에 오망성을 하나 더 그리는 꼴을 목도하였다. 뭐하시냐 물으니 목사는 약간 무안한 기색으로 역오망성에 역오망성을 더하면 악한 기운이 서로 상쇄되지 않을까 하여 응급조치를 취한 것일 뿐이라 했다. 내가 “그거 미신 아닙니까” 물으니 목사는 외려 교회 나올 생각 없냐고 되묻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