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총기류

뇌 속에서 방황하며 예제없이 부딪고 다니는 아직 언어가 되지 못한 말들. 그것들의 가동질이 휴경기의 논밭에도 기어코 가 닿을 때 나의 몸은 감전되듯이 전율을 느낀다. 공기총을 갖고 싶다는 생각. 생각을 하며 비봉산 중턱에서 휴식. 깎아지를 듯한 절벽이어도 좋겠으나 나의 바람에 비해 비봉산은 너무 너그러운 능선이었다. 그만할까, 하다가 기어코, 그게 뭐라고 정상까지 또다시 올라 읍내 한번 둘러보고 그 옆으로 허허로운 망촌에 눈길 가면 나라 잃은 문사처럼 허망한 기분에 잠기고 고작 서른 내 인생도 문득 비참하다. 뭐하자고 여기까지 왔는가. 사당나무에 목맬까, 그러면 민폐가 되지. 골백번은 한 생각이지만 농담도 섞었으니 뼈에 사무친 생각은 아니었다고 둘러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