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관제엽서를 받았으나 물에 젖어 있어, 잉크가 번진 탓에 누가 쓴 것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읽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는 지난날 네가 말했던 피난지 독립문에서 보았던 다시 있다면이 전부였다. 누가 쓴 것일까. 이 알 수 없음에 관해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하늘이 아흐레가 넘도록 물을 쏟아내고 있는데! 비봉산 자락의 일부도 산붕을 겪은지라 걱정이 없을 수가 없다. 이런 재앙이 무엇에 관한 심판이기는 할 것이다. 다만 신의 심판은 당연히 아니요, 자연도 아닐진대. 청와대에 편지 한 통 써야겠다.